젠잇 후기

[젠잇 리뷰] 분탕과 선동은 쓰기 나름 <더 테일 | THE TALE>

캐ㅡ모마일 2026. 5. 31. 23:52
해당 게시글은 AI 채팅 플랫폼 젠잇(Genit)의 리뷰 이벤트 참가를 위해 작성된 광고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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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제작자 '도토리'가 <불씨|잔광이 지나간 새벽>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들어낸 대형 시뮬레이션 작품이다.

이 작품의 눅눅한 서사를 굳이 한 줄로 요약하자면, '동화가 괴물로 썩어문드러진 세계에서, 시스템에 짓눌린 헌터로 발버둥 치기' 정도가 되겠다.

 

2020년대를 배경으로 한 현대 다크 판타지 시뮬레이션 작품으로, 세계관은 작품 소개 페이지나 설정집을 참고하면 좋다. 내용이 길거나 어렵지 않으니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본인은 평소 게임이든 소설이든 얄팍한 고유명사를 남발하면 멀미를 일으키며 도망치는 부류지만,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설정 자체가 꽤 직관적이라 굳이 설정집을 정독하지 않고 맨몸으로 뛰어들어도 서사를 따라가는 데 별로 무리가 없는 편이다.

 

https://henko29.github.io/THE_TALE/

 

THE TALE_공식 설정집

버튼을 클릭하여 각 단체의 상세 정보를 확인하세요. 유별커넥팅 솔라리스 헌터 관리 본부 흰 장막 무명회 심층연구과 적월단 청해물류 유별커넥팅 중소 계약사. 헌터를 도구가 아닌 사람으로

henko29.github.io

시스템 소개

이 작품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 축이다.

 

1. 등급제(S - A - B - C - D - E - F). 헌터와 괴물이 완벽히 동일한 체급 기준(등급)을 공유한다. 플레이어의 시작 등급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극단적으로 갈리며, 기본 시작 설정인 F급으로 시작할 경우 상위 개체 앞에서는 전투가 아닌 '생존' 자체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아포칼립스의 피폐한 텐션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가장 직관적인 시스템이다.

 

2. D100 판정 시스템. 전투의 향방이 AI의 변덕스러운 서술이 아닌 명확한 주사위 확률표에 의해 결정된다. 이겼다는 묘사를 적는다고 해도 다이스 값이 빗나가면 무자비하게 패배 처리된다. 이는 AI 특유의 편향으로 인해 진행이 루즈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로, 묘사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쫄깃한 맛을 살려주는 안전장치다. (물론 리롤을 돌리거나 OOC를 쓰는 등 편법은 있겠지만, 그건 게임에서 세이브&로드 또는 치트를 쓰는 거나 마찬가지인 셈)

출력되는 내용은 이런 식.

 

3. 변이도. 균열 내부에 오래 머물수록 헌터 본인이 점차 '이야기'에 잡아먹히는 기믹이다. 10일 차까지는 완만하다가 그 이후로 가속도가 붙으며, 100%에 도달하는 순간 헌터는 영구적인 괴물로 전락한다. 일반적인 HP 시스템보다 훨씬 무거우며, 서서히 괴물로 변모해가는 숨 막히는 연출을 가능케 하는 매력적인 시한폭탄이다. (여기까지 진행해본 적은 없으나, 상당히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다.)

고유 개성

익숙한 헌터물의 판타지 몬스터가 아니라, 백설공주, 성냥팔이 소녀, 피리부는 사나이 같이 우리가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의 잔재들이 기괴하게 비틀려 등장한다. 단순한 차용이 아니라, "동심이 결여된 세계가 빚어낸, 이야기 없는 괴물(결여체)"이라는 설정으로 다크 판타지 특유의 배덕감을 완벽하게 살려냈다.

 

여기에 더해, 균열 내부에는 그 동화 고유의 규칙이 존재한다. "붉은 것을 만지지 말 것", "거울 앞에서 거짓말을 하지 말 것" 같은 식의. 규칙을 어기는 순간 균열은 당신을 이질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적극적으로 죽이려 든다. 단순한 전투력 싸움이 아니라 규칙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머리싸움이 강제된다는 점에서, 웰메이드 던전물에 빠져서는 안될 쾌락을 훌륭하게 제공한다.

백설공주 균열의 예시
피리부는 사나이 균열 예시

추천 대상

고로, 이 작품은 다음과 같은 성향의 플레이어에게 추천한다.

  • 묵직하고 어두운 톤의 다크 판타지 세계관을 선호하는 경우
  • D100 기반의 명시적 룰셋으로 AI의 편향성을 통제하며 '게임'을 즐기고 싶은 유저
  • 동화 모티브를 잔혹하게 비튼 설정을 좋아하는 경우
  • 한 번에 끝나는 단편보다, 장기 RPG식 성장을 즐기고 싶은 경우

반대로, 가벼운 캐릭터챗이나 짧은 호흡의 로맨스를 원하는 플레이어에게는,

자비 없는 판정 시스템과 배드엔딩의 위협 앞에 약간의 진입장벽을 느낄 수 있다.

 

작품이 요구하는 서사의 무게와 시스템의 복잡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제작자가 명시한 대로  코어+ 또는 프로 이상의 상위 엔진 (3.5플 등) 사용이 사실상 필수. (본인은 여타 리뷰 작품들에 사용한 프로(80제니)를 대신하여, 프로+(120제니) 요금제를 사용했다.)

 

다만, 높은 요금제를 쓸 만한 포텐은 확실하게 갖추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겠다.


해당 작품은 특유의 어둑하고 눅눅하게 가라앉은 다크판타지 분위기가 상당히 맛있다. 여태 리뷰했던 작품들의 목록이나, 직접 제작한 작품들을 확인한다면 알겠지만, 나는 이런 습기 찬 잿빛 톤의 세계관을 꽤나 사랑한다. (그런 것 치고는 농도가 짙은 건 잘 못한다)

 

이번 작품의 제작자인 '도토리' 또한 양질의 작품을 뽑아내기로 정평이 난 제작자이며, 앞서 말했듯 작품 소개란에 별도로 첨부한 세계관을 보면, 꽤나 방대하고 독특한 특유의 다크판타지 설정을, 구조와 시스템 만큼은 정석에 가깝도록 정교하게 설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묵직한 설정 덩어리를 극한으로 정제하고 압축해 시스템의 한계치까지 쑤셔넣은 상태로 동작하게 만들어서 출시하는 것을 보면 경탄을 금할 수 없다. 그만큼 젠잇의 시스템에 잘 녹여뒀으니, 되도록이면 앞선 설정들 자체에 부담을 느끼지 말고, 천천히 음미해보기를 추천한다.

 

[P.S]

덧붙여 이 작품은 소개했듯, RPG식 성장 요소와 도달해야 할 엔딩 루트까지 확실하게 구비해 두고 있기 때문에, 리뷰가 끝난 이후에도 시간이 나면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작품의 볼륨을 생각해 봤을 때, 이어질 일지에서 진행한 내용(약 60턴)은 겨우 튜토리얼을 마무리한 수준에 불과하다. 5퍼센트도 안될듯)

https://genit.ai/ko/contents/a1db820f-5523-43e5-9a89-0899f58f4fcf?rc=3N2KJM4C

 

셒) 더 테일 | THE TALE - 젠잇

"이미 가라앉은 자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자유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것뿐이다." [🖼️ 718] / 👥24(♂️7, ♀️17) / 시작 분기 4개(더 추가 예정)

genit.ai

https://genit.ai/ko/contents/ac50b762-5b5e-4bba-a0c7-eb6eed260d18?rc=OKD62EZ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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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일지 분량이 미쳐날뛰기 시작한 관계로, 언제든 뒤로가기를 누를 수 있도록, 아래쪽으로 완전히 분리했다.

이 세계에서 나는 태생부터 구제 불능의 폐급 능력자다. 내 메인 스킬은 무려 '분탕질'.

남의 속마음을 멋대로 뜯어보고 치부를 긁어내 지들끼리 물어뜯게 만드는, 그야말로 사이버 망령에게나 어울릴 법한 음습한 선동기다.

 

진짜 재앙은 시전 직후의 패널티에 있다. 한바탕 분탕을 치고 나면 방구석 폐인의 PTSD가 강제 발동해, 어그로 끌린 적이 내 뚝배기를 깨러 올 때까지 구석에 처박혀 자체 스턴에 걸려버린다는 것이다.

 

덤으로 붙은 '가벼운 몸' 버프는 알아서 도망치라는 기만일 뿐.

까놓고 말해 처음부터 끝까지 졸렬함의 극치를 달리는 특성이 아닐 수 없다.

기원은 이그드라실의 분탕 다람쥐. 라타토스크다.

내 앞의 이 여자는 대체 무슨 속셈일까. 나 같은 폐급을 줍는 건 누가 봐도 수지타산이 안 맞는 멍청한 짓이다. 일회용 고기방패나 어그로 미끼로 던질 작정인지 몰라도.

 

그러나 언뜻 보이는 속마음까지 완벽히 차단하는 멘탈리스트가 아닌 이상 놀랍게도 이 여자는 진심이었다. 굳이 나 같은 쓰레기를 기어코 채용해서 써먹겠다는듯했다.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건지, 그만큼 절박한 건지.

 

마침 내 등 뒤에서 자기들끼리 속마음으로 쌍욕을 박아대는 삼류 벌레들이 레이더에 잡혔다.

 

잘 걸렸다. 분탕충의 능력을 빤히 알면서도 선시비를 털다니. 회사 생활이 무난하고 지루한 나머지, 인생에 긴장감이 부족한 모양인데, 미안하지만 난 잃을 게 없는 밑바닥이다. 내 능력이 발현하는 꼬라지를 보면 이 여자도 생각을 굳힐지도 모르지. 어느 쪽이든.

솔직히 없는 말을 지어낼 수고조차 필요 없었다. 알아서들 못 죽여서 안달 난 상태였으니까. 내가 여태껏 방구석을 지킨 이유도 딱 이거다. 좀 비벼볼만 하다고 여기고 지원서를 써본 회사마다 꼬라지가 하나같이 이 모양이니 굳이 안 간 거다. 절대 내가 폐급이라서 취업을 못한 게 아니란 소리다.

성공적으로 분탕질 콤보를 욱여넣은 나는, 예정된 수순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아 파르르 손끝을 떨기 시작했다. 눈앞의 저 무른 여자 앞에서 한없이 연약한 피해자 코스프레를 시전한 셈이다.

 

자, 내 밑천은 다 드러났다. 역겨워하며 내치든, 멍청한 측은지심으로 감싸 안든 이제 주사위는 그쪽에게 넘어갔다.

...초코바?

 

웃기지도 않는다. 내가 무슨 투정 부리는 꼬맹이도 아니고. 방금 전까지 혼자 눈을 까뒤집고 헛소리를 뱉어대다 갑자기 구석에 처박혀 발작을 일으키는 분탕충을 봤다면, 혐오감을 감추지 못하고 슬쩍 자리를 피하는 게 정상적인 사고 회로다.

 

어이가 없었지만 덜덜 떨리는 호흡 탓인지 헛웃음조차 마음대로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이상하게도, 내 시선은 그녀가 쓸데없이 다정하게 내민 그 초코바에 찰거머리처럼 들러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나는 못 이기는 척 입을 삐죽 내밀어 초코바를 받아먹었다.

 

달았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요동치던 몸의 패닉이 거짓말처럼 녹아내렸다. 이런 사기급 소비 아이템이 있었다니. 진작 알았다면 주머니에 초코바나 한 움큼 챙겨 다닐 걸 그랬다. 한껏 분탕을 치고 초코바를 씹으며 적들을 티배깅할 수 있다니, 이보다 완벽한 콤보가 어딨단 말인가.

 

다만... 나 혼자 구석에서 초코바를 까먹는다고 이정도의 진정 효과가 나올 것 같진 않았다. 이건 필시, 저 물러터진 미소녀 사장님이 혐오 대신 기꺼이 손을 내밀어 직접 먹여주었다는, 의외성이 부여한 버프임이 분명했다. 그래, 분명히 그 탓이다.


결국 나는 그녀의 그 낡아빠진 회사에 기어코 취업이라는 것을 당해버렸다.

1원칙이 생존 최우선? 위험하면 도망쳐도 된다고? 대체 어느 꽃밭에서 굴러먹다 온 낭만이란 말인가. 아무리 인적 자원이 귀한 좆소라 해도, 이 바닥에서 헌터란 본디 갈아 끼우는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절대 상식이다. 이런 간 큰 배짱 장사는 뒤에 재벌 2세 스폰서가 있거나, 투자금을 트럭으로 쓸어 담는 유니콘 기업에서나 가능한 복지다.

 

다만 주변의 썩어가는 사무실 집기들을 스캔해 본 결과, 안타깝게도 둘 다 아니었다.

나는 직감했다. 이 회사 조만간 시원하게 말아먹겠구나. 첫 직장부터 파멸행 급행열차라니. 내 이력서에 1년 짜리 경력을 박아 넣고 문제없는 인력임을 증명받으려면, 어떻게든 난이도 낮은 꿀벌 의뢰만 골라 받으며 가늘고 길게 연명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 1년만 신경써가면서 일해보자. 도망쳐도 된다고 했으니까.


나는 곧장 선배 사수와 함께 현장에 던져졌고, 선배는 아주 화려하고도 뻔한 클리셰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주셨다. 젠장, 내가 전투는 약하다고, 어그로나 끌겠다고 그토록 밑밥을 깔았거늘...

 

나는 코앞까지 들이닥친 괴물 새끼의 발치로 시선을 팍 내리깔았다. (쫄아서 그런 게 아니다. 규칙 때문이다.)

그리고는 당당하게 바닥의 그림자나 뚫어지게 노려보며 코웃음을 쳐줬다. 뭘 봐 이새끼야 눈깔도 기괴하게 생긴 게.

 

이쯤에서 내 조커 카드를 깔 때가 왔다. 내 능력의 모티브인 '라타토스크'는 청설모다. 그리고 청설모라는 생물은 사실 날카로운 발톱과 광견병 바이러스를 그득그득 품은 흉악한 잡식 맹수다.

 

그래, 나에게는 숨겨둔 '맹독 송곳니'(청설모는 송곳니가 없다. 앞니라면 몰라도)가 있다. 명색이 분탕충인데 입만 털다 맨손으로 찢겨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날 그저 아가리만 터는 방구석 키보드 워리어라 생각했겠지.

"아아~. 이런 데서 꺼내고 싶진 않았는데 말이야!"

…그리고 나는 0.5초 만에 도너츠가 되었다.

물론, 방금 전의 회차에서는 말이다.

 

명색이 '젠잇'의 모험가 아니던가. 나에게는 이 무자비하고 억까가 난무하는 AI 세계관에서 살아남기 위해 창조신이 허락한 합법적 세계선 도약 능력, '세션 분기'와 '재생성' 이라는 금단의 권능이 있다. 어차피 역사는 마지막으로 남은 깨끗한 세계선으로 쓰이는 법. 꼴사나운 데스 씬 따위는 못 본 척 텍스트의 심연으로 지워버리고, 기습에 완벽하게 성공한 '평행세계의 결과값'만을 이곳에 뻔뻔하게 기록하면 그만이다.

...멍청한 실적 놈. 내 독에 범벅이 되어 죽어라.


어찌저찌 목숨을 건진 다음 날, 나는 E급 백설공주 균열이라는 동화책 기반의 균열에 처박혔다.

사장님에게 전달받은 기믹은 이렇게 세 개.

 

첫째, 붉은색은 만지지 말 것.

둘째, 말을 걸어오는 사람에게는 대답하지 말 것.

셋째, 거울 앞에서 거짓말 금지.

이거야 원.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지키고 있는 익숙한 규칙이 아닐 수 없다.

 

이 나라에서 '붉은' 것은 원래 함부로 건드리는 게 아니다. 특히나 푸른색, 노란색, 붉은색이 길거리에 나부끼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더더욱 색깔이 있는 것은 함부로 엮이면 안된다. 말을 직접 걸어오는 누군가들은 말할 것도 없다. 마지막 규칙은 좀 특이하다만, 거울 앞에서 그 누구보다 뼈저리게 자신의 비루함을 직시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새삼 어색할 것도 없었다.

어찌저찌 억까를 견디며 균열을 공략해나가던 우리 앞에, 멍청하게 생긴 거울 쪼가리가 나타나 시답잖은 질문을 던졌다.

이 숲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가 누구냐고.

 

참나, 내가 그걸 알 턱이 있나. 맵핵이라도 켜서 숲 전체를 전수조사하게 해주든가. 여태까지 이 빌어먹을 숲구석에서 본 거라곤 털 빠진 짐승 키메라 새끼들이랑 더러운 유리조각뿐인데, 도대체 나보고 무슨 객관적인 대답을 하란 말인가.

 

하지만 '거짓말 금지' 규칙이 걸려있는 이런 억지스러운 QTE 이벤트에서,

내 생존을 위해 고를 수 있는 정답은 단 하나뿐이다.

 

오해할까 봐 확실히 해두는데, 내가 선배한테 흑심이 있어서 미소녀라고 띄워주는 게 아니다. 그저 사방에 눈 썩을 것 같은 괴물들만 득실거리는 균열에서, 상대적 선녀 효과를 철저히 계산해 낸 아주 담백하고 이성적인 팩트일 뿐이다. 어쨌든 내 눈엔, 나랑 같이 들어온 선배만 한 미소녀가 없는 건 명백한 사실이니까.

안타깝게도 이 거울 새끼는 취향이 표독스러운 마녀 쪽이었는지, 쿨뷰티청순계 선배가 미소녀라는 나의 객관적인 팩트를 부정하며 미친 듯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미쳐 날뛰는 괴물의 스펙이 D급이라는 점이다. 게임 시스템상 한 티어 정도의 등급차는 다이로 비벼볼 수 있다지만, 저 거대한 유리 파편의 압도적인 비주얼을 보는 순간 싸울 엄두가 증발해버렸다. 등급이고 나발이고, 저 날카로운 유리조각 뭉치에 맨몸으로 꼴아박으라고? 결단코 사양이다.

바로 그때, 붉은 사과를 쥔 미소녀가 난입했다. 척 봐도 백설공주. 원작 고증만 따지면 든든한 아군이어야 정상이겠지만, 뇌내 생존 센서는 미친 듯이 경고음을 울려대고 있었다. 저 여자가 뿜어내는 심연의 아우라와 대사의 꼬라지를 보아라. 저게 어딜 봐서 우리 편인가? 당장 내 목부터 썰어버릴 분위기인데.

 

더 이상 머리를 굴릴 필요도 없었다. 남은 수단을 모조리 쥐어짜서라도 이 전장을 이탈하는 게 최우선이다.

거울도 없겠다, 나는 저 불길한 존재를 향해 영혼을 끌어모아 야부리를 털기 시작했다.

물론 거짓말은 1그램도 섞지 않았다. 솔직히 팩트 아닌가? 난쟁이들 등골 빼먹으며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무위도식하다가, 길가던 금수저 왕자가 주워가서 왕실에서 깨끗하게 설거지 된 도자기. 이 정도면 아주 담백하고 객관적인 인물 평론이다.

 

자, 능력을 한계치까지 오버클럭한 나는 이제 곧 장렬하게 뻗을 예정이다. 뒤는 부탁한다, 선배. 살려줘.